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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동정> 박주영교수님, YES24 저자인터뷰
작성자 윤경주 작성일 2018-07-19 조회수 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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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좋아했던 동화를 성인이 되어 다시 읽고 배신감에 뒤척인 밤을 기억한다. 여주인공을 괴롭히는 것은 공교롭게도 같은 여성인 계모일 때가 많았고, 그녀들을 구원하는 것은 오직 왕자의 구애였다. 산전수전 다 겪고 살아남은 굳센 여인의 삶을 축복하는 엔딩은 어째서 늘 혼인인 건지, 알 수 없는 불쾌감이 잠을 삼킨 밤이었다. 그런데  『빨간모자가 하고 싶은 말』 을 읽으며 비로소 이야기의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동화 속 그녀들은 사실 온몸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 네가 맞닥뜨리게 될 여성의 삶에는 무수한 편견과 아픔이 있어.”


몸과 마음이 무너졌던 순간, 속에서 터져 나온 울분을 SNS에 올리며 글쓰기를 시작한 ‘조이스 박’은 삶의 고비에 등불이 되어 준 동화 속 여성들을 떠올리며 첫 번째 에세이집  『빨간모자가 하고 싶은 말』 을 펴냈다. 동화 속 켜켜이 숨어 있는 여성의 목소리를 찾아낸 조이스 박의 시선을 따라가면,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가 어느새 여성의 삶으로 환원된다. 『빨간모자가 하고 싶은 말』 은 수많은 여성이 생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뿌리를 내리고 가시를 틔웠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 어떤 아픔이 묻어있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여자로 산다는 것은 장미나무를 키우는 것과 같다. 세상은 오로지 꽃만 내보이라고 한다. 그러면 장미나무 밑에 자기 시체를 묻은 후, 울고 또 울어서 꽃을 피우는 삶을 살게 된다.
- 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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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여성의 목소리 


출간 제의를 받은 지 3년 만에 나온 책이라고 들었어요. 집필 기간이 꽤 길었습니다.

 

페이스북에 쓴 글들이 호응을 받은 덕분에 여기저기서 출간 제의가 왔어요. 책을 펴낸 ‘스마트북스’ 출판사는 2년 전에 만났는데요. 제가 주로 글을 쓰는 채널이 SNS이기 때문에 특정 분야나 주제에 대한 글쓰기를 하는 게 아니라 문학, 영화, 영어 교육, 사회적 이슈 등 그때그때 떠오르는 관심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쓰거든요. 제가 썼던 글들 중, 책으로 엮을 만한 주제를 모색하고 원고를 다시 쓰는 시간이 꽤 오래 걸렸어요.

 

오랫동안 준비한 책인데, 출간한 소감이 어떤가요?


2006년에 첫 책을 펴낸 이후로 그동안 영어 관련 서적을 많이 썼기 때문에 책이 나온 건 낯설지 않은데, 에세이집을 내는 느낌은 확 다르더라고요. 실용서를 쓸 때는 ‘저자’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나도 작가가 된 건가?’하는 생각이 들어요. (웃음)

 

제목이 『빨간모자가 하고 싶은 말』 이에요.


처음에는 ‘숲으로 가는 이야기’라고 썼어요. 동화에 나오는 숲은 인간의 무의식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동화 속 주인공들이 숲으로 가는 여정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숲으로 대변되는 무의식으로 하강해 깊은 상처와 조우한 뒤 어떻게 새로운 사람이 되어 돌아갈 수 있는지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제목만 보면 무슨 내용의 책인지 짐작할 수 없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빨간모자가 하고 싶은 말’이라고 새롭게 제목을 붙였어요. 저는 소녀가 쓴 모자의 빨간색을 사람이 가진 생의 에너지라고 봤거든요. 빨간모자를 쓰고 검은 숲으로 들어가는 소녀는 새로운 모습으로 살아 돌아오겠다는 의지를 갖추고 떠났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빨간모자를 쓴 소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다는 의미에요.

 

동화의 내용을 여성주의적인 시각으로 해석한 것이 흥미로워요. 왜 하필 동화였나요?


동화는 여성들이 드러내놓고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오랜 옛날부터 어머니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이야기예요. 그 속에 숨겨진 말들을 찾아 나누고 싶었어요. 동화에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메시지가 많이 들어있거든요. 이야기가 구전됐을 당시보다, 지금 훨씬 발전한 것 같지만 사실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는 반복되는 경우가 많아요. 흔히 아는 줄거리의 이야기이지만, 텍스트의 숲으로 들어가서 그 숲에 어떤 목소리가 숨겨져 있는지 들려주고 싶었어요.

 

 

이야기가 보듬어 준 상처들


동화를 보는 색다른 시선에 놀랐어요. 「인어공주」는 ‘사람이 두 개의 구멍으로 환원되는 이야기(143쪽)’라거나, 「잠자는 숲속의 미녀」가 ‘여성이 질적인 변화를 하며, 그 비밀은 영혼의 깊은 잠에 있다(103쪽)’는 등의 내용이요. 익숙한 줄거리를 남다르게 해석한 덕분에 그동안 알고 있던 동화가 아닌 것 같더라고요. 


저는 1993년부터 한국영어영문학회 내 페미니스트 소모임에 가입해 원서로 문학작품을 읽고, 의미를 해석하는 훈련을 많이 했거든요. 이야기에 대해 질문을 던진 뒤, 그 답을 찾는 방식으로 동화를 읽었어요. 예를 들어 「빨간모자」를 읽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나씩 해보는 거예요. ‘왜 빨간모자의 할머니는 숲에 살지?’부터 시작해서 ‘아픈 할머니의 부름에 빨간모자가 응답하고 숲으로 떠나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늑대는 왜 나타나는 거지?’ 이처럼 질문을 확장해나가며 생각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야기의 조각이 맞춰지는 때가 있어요.

 

이 책은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여성이라면 한 번쯤 느낄 수밖에 없는 상처들을 모아놓은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답답하고 힘들 때, 타로카드를 보듯이 책을 펼쳐 나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문장들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여성 독자들로부터 책을 읽고 울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특히 「미스포츈」을 주제로 한 챕터 ‘태어날 때부터 재수가 없는 여자’와 「손 없는 소녀」를 주제로 한 챕터 ‘잘린 손을 키우는 법’을 읽으면서 함께 아팠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특히 많더라고요. 동화 속 주인공들의 상처를 읽으면서, 자기 내면에 있던 아픔들이 불거져 나오는 것 같아요.

 

저도 「미스포츈」의 이야기를 읽고 눈물이 났어요. ‘존재 자체가 불운 혹은 불행이라고 꼬리표가 달리는 것, 그처럼 사람의 자아감을 궁색하게 만드는 것도 없다(51쪽)’고 쓰셨죠.


태어나는 순간부터 ‘아들이 아니어서 축복받지 못했다’는 아픔이 대한민국 여성들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부모가 나를 이렇게 키운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이잖아요. 「미스포츈」은 이 지점에서 ‘나의 아픔과 어떻게 화해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만들어요. 주인공 ‘미스포츈’이 자신의 추레하고 지저분한 포츈(운)에게 빵을 건네고 새 옷을 가져다주는 모습을 통해 스스로 존귀함을 키우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동화라고 생각했거든요.

 

‘여성 억압이 심한 사회에서는 여성들끼리 반목하는 정도가 더 심하다(34쪽)’는 구절이나, 「백설공주」에 등장하는 계모를 통해 가부장적 구조에 억압당한 늙은 여성이 자신의 비뚤어진 에너지를 젊은 여성들에게 투사하는 것을 꼬집는 이야기도 공감하며 읽었어요. 사회생활을 할수록 여성들끼리의 연대가 참 중요하다고 느껴요.


저도 20년 넘게 사회생활을 하며 다양한 일을 겪었고, 제 또래의 일하는 여자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여자 때문에 힘들었던 경험이 무척 많더라고요. 대학에는 출산휴가가 없잖아요. 그래서 저를 가르쳤던 여자 교수님들은 정규직임에도 불구하고 방학기간을 계산해서 임신하고, 출산을 했어요. 더군다나 제가 강의를 했던 교양영어는 전부 계약직 강사들이었기 때문에 더 눈치가 보였어요. 그 당시에 두 명의 강사가 동시에 출산을 하게 되었는데, 선배 언니가 그러더라고요. “나는 애 둘씩 낳아 키우면서 집안일도 하고, 제사 지내고, 공부까지 했어. 너희는 왜 못해?”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참 너무하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는 그게 보이더라고요. 사회가 항상 여자들끼리 반목하는 구조를 만들어요. 가정에서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부딪힐 수밖에 없는 것처럼, 집 바깥에서도 여자들끼리 경쟁할 수밖에 없는 뒤틀린 구조가 있는 거예요. 여자에게 시기질투가 많기 때문이 아니라 타인을 곡해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갇혀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어공주」를 주제로 한 챕터들 중 하나인 ‘또 다른 공주이야기’도 인상 깊었어요. 덕분에 사랑에 실패한 인어공주뿐 아니라 왕자와 결혼식을 올린 이웃나라 공주까지 절절한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으로 그려졌는데, 어떤 마음으로 쓴 이야기인가요?


그 공주도 원해서 시집간 게 아닐 텐데…(웃음) 과거에는 정략결혼이 워낙 많았잖아요. 이웃나라 공주가 인어공주에게서 왕자를 빼앗은 가해자가 아니라, 원치 않는데 어쩔 수 없이 시집을 가게 된 입장이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옛날 공주들의 결혼과 초야에 대한 글들을 읽으면 굉장히 슬픈 이야기가 많거든요.

 

숲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책에 실린 주인공들은 대부분 숲으로 들어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더라고요.


인간의 문명에서 전기가 생기기 이전에는 불가를 뺀 전 세계가 캄캄한 숲이었어요. 그 시절의 숲은 인간에게 어마어마한 두려움이었죠. 맹수들이 우글거리고, 길도 알 수 없고, 생채기가 나면서 마구 헤매야 하는 곳이었으니까요. 우리에게 숲은 힐링을 위해 찾는 장소이지만, 인간의 집단무의식 속에 남아있는 숲은 그게 아닌 거예요. 특히 동화 속에서 숲은 무의식을 대변한다고 했잖아요. 주인공들이 상처를 안고 깊은 숲, 즉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 숨겨진 아픔과 조우하고 새로운 사람이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읽으면서 독자들도 지혜를 찾고, 달라진 자신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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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랑해야할 남자


책의 마지막 챕터에서는 동화 속 남자 주인공의 삶을 해석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넣은 이유가 궁금해요.


남자의 삶도 동화에서 끌어와 이야기할 부분이 많아요. 소년은 어떻게 남자가 되고, 그 남자가 사랑하고 사랑받을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한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 책을 남자들이 꼭 읽었으면 싶었거든요. 그러려면 남자의 이야기도 넣어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도 있어요. (웃음) 다만 담지 못한 이야기가 있는데, 한국에는 아버지를 죽이는 살부(殺父) 모티프가 없다는 거예요. 오히려 아기장수 죽이기를 통해 비범한 재능을 갖고 태어난 아이는 어릴 때부터 없애버리는 이야기들이 나오죠. 보통 서양의 동화, 신화에는 소년이 진정한 남자로 성장하고 혁명을 이루기 위해 아버지를 넘어서는 내용이 많이 등장하거든요. 한국인들이 가부장적인 구조에서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한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은 아닐까 싶었어요. 남자들에게 진짜 전하고 싶은 이야기였는데, 아쉽게 이 책에는 넣지 못했어요.

 

‘답은 소년에 있더라. 앞으로 자랄 말간 남자아이들, 그리고 아직 덜 자란 어른 남자 속에 숨어 있는 남자아이들, 이 작은 모습들을 들여다보면 남자라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227쪽)’고 했어요. 아들을 키우면서 느낀 감정이 아닐까 싶었는데요.


맞아요. 저는 딸만 셋인 집에서 자라서 어릴 때부터 ‘아빠 빼고는 다 늑대’라고 교육받으며 컸어요. 남자에 대해 정말 몰랐고, 늘 경계해야 하는 두려운 존재라고 생각했죠. 사춘기 청소년들이 부모님께 반항을 하다가, 어느 순간 ‘부모님이 내가 생각한 것만큼 큰 존재가 아니구나’라는 걸 깨닫는 것처럼 20대의 제게는 그 반항의 대상이 남자였어요. 남자가 대단한 존재인 줄 알았기 때문에 남자들에게 화내고 소리쳤던 것 같아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여러 남자를 사귀어보고, 아들을 키우다 보니까 ‘뭐야, 별로 대단할 게 없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웃음)

 

일종의 연민인가요? (웃음)


인간은 모두 연약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은 거죠. 특히 아들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있어요. 남자라서 생기는 생물학적인 기제들이 있잖아요. 끌어 오르는 호르몬에 안절부절못하고, 육체적 힘을 과시하기 위해 옥신각신하는 또래 남자 집단에서 자기의 위계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게 보이거든요. 그 사이에서 이성이 새싹처럼 자라나 본인의 존재와 사랑, 권력, 삶의 가치 등을 헤아리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을 발견할 때면 ‘인간은 모두 힘들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남자를 이해할만한 구석이 생기는 것 같아요. (웃음)

 

남성 독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우선 불편하다는 남자분들이 있었고요. 어떤 분은 남녀만 바꿔놓으면 똑같이 적용되는 이야기라는 말씀을 들려주셨어요. 여자들이 이런 아픔을 밑에 깔고 있는지 몰랐다는 분들도 있었고요. 예상외로 남자 분들이 책을 많이 읽어주셔서 좋으면서도, 의아한 지점이 있어요. 제가 페이스북에 여성주의적 글을 쓸 때, 때로는 격하게 쓰기도 하고 때로는 재미있고 유쾌하게 쓰기도 하거든요. 그럼 재미있고 편안해 보이는 글에만 남자 분들이 주로 반응을 하세요. 그러면서 “평소에도 이렇게 기분 상하지 않게 이야기를 해주면 들어줄 용의가 있다”고 말하는 거예요. 남자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게끔 글을 써야 들어주겠다는 태도에 빈정이 상할 때가 있었는데, 제 책을 막상 남자 분들이 읽으시니까 ‘유하고 부드러운 말로 쓰여서 그런 건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거든요.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웃음)

 

 

뱀 같은 말을 하는 여자가 되다


페이스북에는 언제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나요?


2014년에 몸이 많이 아프면서 삶의 위기가 왔어요. 10여 년간 일과 육아에만 매달려 지내다 보니 건강이 무너졌고, 그 여파로 우울증까지 생겼거든요. 일을 다 줄이고 학교 강의와 운동만 하고 지내며, 마음속에서 터져 나온 울분을 페이스북에 쓰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맨 처음 썼던 글이 쿠거(cougar: 연하의 남성과 사귀는 성공한 중년 여성을 일컫는 말)’론을 주창한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웃음) 그 글을 쓴 날 하루에 200여 명의 친구신청이 들어왔을 만큼 반응이 좋았어요. 그땐 누가 내 글을 읽는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했고, 그저 내가 나를 감당하지 못하고 쏟아냈던 말들이었기 때문에 문체는 더 과격했고, 주제는 훨씬 예민했었죠.

 

그런 시작이었다면, 글을 쓰면서 꽤 통쾌했겠네요.


아니요. 그땐 글이 모두 칼이었거든요. 글을 칼로 삼으면 가장 먼저 나를 베고 나가요.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 그만 베자’는 생각이 들곤 했어요.

 

솔직하고 거침없는 글로 많은 팔로워가 생긴 만큼, 언쟁이 오갈 때도 있을 것 같아요. 특히 여성주의적인 글들은 SNS에서 유독 심한 공격을 당하곤 하죠. 왜 그런 걸까요?


인셀(Incel)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비자발적 독신주의자(involuntary celibate)’의 약자인데 성관계를 원하지만, 하지 못한 이들을 일컬어요. 서구에서 발생하는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 대다수가 스스로 인셀 멤버임을 밝히고, 성명을 남기면서 사용되기 시작한 말이죠. 그들은 자신이 사회구조적으로 차별을 받는 바람에 왕따를 당했고, 돈이 없고, 여자도 없는 것이라고 말해요. 그 분노가 약자인 여성에게 향하는 거예요. 서구는 그게 인종차별주의로도 나타나요. 사회에서 소외되었다고 느끼는 백인들 중 타인종차별주의자가 많거든요. 그런데 한국은 단일 국가이기 때문에 그 모든 게 여자에게 쏟아지는 것 같아요. 우석훈 경제학자가 결혼하지 않은 젊은 남성 솔로들에게서 여성혐오가 관찰된다는 칼럼을 쓴 것을 봤는데 일견 동의해요. ‘왜 나의 못남을 나보다 약한 타인에게 투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즉흥적인 SNS 글쓰기와 책의 원고는 결이 다르잖아요. 책에 실릴 원고를 쓰는 게 힘들진 않았어요?


글쓰기 습관이 몸에 배어있지 않아서 힘들었어요. 페이스북에 올리는 글은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곧바로 쓰고 오타 정도만 수정하거든요. 그런데 책에 실리는 글은 언제까지 마감해야 한다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차근차근 다듬어야 하니까 어렵더라고요.

 

저자 서문이 ‘글을 써서 천 냥 빚 좀 갚을까 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해요. 글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고등학교 때 존경하던 국어 선생님이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라는 말씀을 항상 하셨어요. 유일하게 학교 재단 세력에 타협하지 않은 선생님이었거든요. 그분을 보면서 ‘말에 책임을 지는 것이란 저런 거구나’라고 느꼈어요. 제가 생각하는 글에 대한 책임도 이와 같아요. 자신의 말과 삶을 일치시키는 것. 영어로는 ‘integrity’라고 하는데, 굉장히 좋아하는 단어예요. 제가 뱉은 말대로 살아내는 것이 중요한 거죠.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독자 한 분께서 책을 읽고 “드디어 자기 문제의 원인과 해결을 찾았다”며 벅차올라 연락을 해오셨어요. 그래서 그분께 "이건 단지 열쇠를 찾은 것뿐이에요. 그 열쇠를 들고 문을 여는 과정은 고스란히 당신의 몫으로 남아있어요."라는 말씀을 드렸어요.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가 ‘Drink me’라고 쓰인 물약을 먹고 몸이 작아진 뒤에야 문을 통과할 수 있었던 것처럼, 새로운 자신이 되기 위해서는 나를 문에 맞춰야하는 일이 독자 개개인에게 남아있다고 생각해요. 이 책은 그저 열쇠를 찾아드린 것뿐이니, 자신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어요.

 

『빨간모자가 하고 싶은 말』 이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기 때문에 드리는 질문이에요. 여성으로 태어난 것이 좋으세요?


음… 다른 건 몰라도, 천국에는 남자보다 더 쉽게 갈 것 같아요. (웃음) ‘여자로 태어난 게 천국 가기에는 좋은 조건인데?’라는 생각을 종종 해요.


 

 

빨간모자가 하고싶은 말조이스 박 저 | 스마트북스
동화를 거울로 삼아 여성이 처한 사회의 어두운 현실과 그림자를 파헤치고, 왜곡된 점을 똑바로 꼬집어본다는 점에서 상당한 가치가 있다. 페미니즘을 가장 정확하게 정의하고 잘 이해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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